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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집편 -錦溪集 -

 

 上退溪書1)

滛霖彌月 已成陰沴 連年旱澇 天意何如 往來阻礙 久稽伻候 今於人還 伏承雙翰 辭旨珍悉 兼審動靜佳勝 仰豁戀鬱 但漂斷塘砌 殊損佳趣 是可恨也 剛而2)浴椒歸來 必承緖論 恨未置身於其間也 迎鳳志 深荷勘定 示及之處 果無文理 而此無元本 欲簡通於四印公 以定是非爲意 且此方修改朱書 竢畢開初 依戒修正耳 朱書近欲粧上 竢一經過 定無誤字 然後分布爲計 不審何如 跋文 鄙拙過蒙奬許 一加點化 精彩百倍 然盛序已作 幸勿恡示 不須以麤惡點汚其端 何如 若此退托 恐非擔當之風力也 書院精舍 學徒充集 月一至焉 參聽講論 恨無自治之功 不能及人 可歎 扁額改然爲養 盛諭甚當 如已揮過寄來 何如 暑退秋淸 當欲一進 以承警益 官居 事多牽掣 果能遂否 逆風馳慕 不任傾跂 謹拜 近者 裴生紳3) 欲質啓蒙 挾參同契4)來 得見一端 玄妙精深 果異書也 裴生云 受用數月 頗有奇效 始知晦翁脫屣之句可信云 然非遺世出塵者 未易學也 向見曺建中5)座右箴 節拍氣味 皆自此中流出 盛敎玄妙老莊所無者 可謂切中其病矣 向送鄭先生二圖之分 初來疑之 細觀之則第一圖 進德修業之乾道 第二圖 主敬行恕之坤道 用意精深 吾東乃有如是之人 尤可敬服 七峯說 更間之則乃金尙山文之6)所著 指爲處士之作 傳者誤也 文之曾與問難 所見頗勝於剛而 穎悟又加焉 但不免作輟之無常 此則吾儕之同病也 裴生亦能輕擧業而事學問 亦擧子中翹楚也 以此招謗於俗 可笑可笑
장마가 달포동안 계속되더니 벌써 수재(水災)가 생겼습니다. 연이어 가뭄과 물난리가 있었으니 하늘의 뜻이 무엇입니까? 왕래하기가 어려워 오랫동안 인편을 기다렸다가 이제야 사람이 돌아오매 두 장의 편지를 받고서, 말씀하신 뜻을 잘 알게 되었고 겸하여 지내시기가 아주 좋다는 것을 알고는 우러러는 마음 활연(豁然)하고 연모하는 정 또한 울울(鬱鬱)합니다. 다만 넘친 물이 못의 섬돌[塘砌]을 터지게 하여 아름다운 정취를 손상하였다 하니 이것이 한스러울 뿐입니다. 강이(剛而)가 초수(椒水)에 목욕하고 돌아와서 틀림없이 소식을 들을 수 있었겠으나 그 동안에 머물러 있지 못하였던 것이 한스럽습니다. 「영봉지(迎鳳志)」를 감정하여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언급하신 곳에 과연 문리가 없습니다마는 여기에 원본이 없으므로 사인(四印)에게 통지하여 시비를 바로 잡으려고 합니다. 여기는 주자서를 수개(修改)하고 있는데 마치기를 기다려 초간하되 경계하여 주신대로 수정할 뿐입니다. 주자서는 근래 손볼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한 번 전체적으로 본 후 오자(誤字)가 없도록 한 연후에 널리 보급할 계획인데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발문(跋文)은 비루 졸렬하며 너무나 어리석은 것이지만, 공께서 조금만 보아주시면 정밀한 문채가 백배나 커질 것입니다. 그러나 서문(序文)은 이미 만들어졌다면 아끼지 마시고 보여 주시면 다행이겠습니다. 추악하기 때문에 그 단서를 더럽힌다고 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이처럼 겸손하게 물러나기만 하는 것은 일을 맡은 사람의 풍력(風力)이 아닐 것입니다. 서원과 정사에 학도를 충집(充集)하는 것은 달마다 한번씩이 가장 좋겠고, 강론에 참여하여 듣는 문제는 스스로 다스리는 공이 없어 남에게까지 미칠 수 없으니 한스럽습니다. 편액에서 연(然)자를 양(養)자로 고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말씀은 심히 타당합니다. 만약 이미 쓰셨다면 부쳐 보내 주시겠습니까? 더위가 물러가고 가을이 오면 마땅히 한 번 나아가서 경계가 되고 도움이 되는 말씀을 들을 생각입니다만, 관가의 일에 얽매이는 바가 너무 많아서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런지요. 풍도에 가까이 가고 싶은 마음과 달려가는 애모의 정을 어찌할 줄 모르겠습니다. 삼가 절합니다. 근자에 배(裵)생원 신(紳)이 「계몽(啓蒙)」에 관해 질문을 하여 「참동계(參同契)」를 찾아내어 일단을 보았더니 현묘하고 정밀하면서 깊이가 있어 과연 보통과 다른 책이었습니다. 배생원은 입수하기는 여러 달이 되었지만 자못 기이한 효험이 있었는데, 비로소 회옹(晦翁)의 무심코 한 말을 알 것 같다고 했는데, 믿을 만합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세상의 더러움을 버린 사람이 아니면 쉽게 배우지 못했을 것입니다. 전에 조건중(曹楗仲)의 좌우잠(座右箴)을 보았는데, 절박(節拍)과 기미(氣味)가 모두 이 가운데서 흘러나온 것이라 성교(盛敎)와 현묘함이 노장에는 없는 것이니, 그 병통을 절묘하게 맞추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에 보내주신 정(鄭)선생의 두 도설(圖說)분은, 처음에는 그것을 의심하여 자세히 살펴보니 제일도는 진덕, 수업의 건도(乾道)이고, 제이도는 주경(主敬), 행서(行恕)의 곤도(坤道)라, 뜻이 정밀하고 깊기가 우리 동방에도 이같은 사람이 있게 되었으니 더욱 경복하겠습니다. 칠봉설(七峯說)은 다시 물어보니, 김상산(金尙山) 문지(文之)의 저술로서, 그것을 처사(處士)의 작품이라고 하는 것은 전한 사람의 잘못입니다. 문지는 일찍이 더불어 어려운 점을 물어 보았더니 소견이 강이(剛而)보다 났고 영오(穎悟)함 또한 더하였습니다. 다만 일을 시작하는 것과 끝내는 것이 항상하지 않음에서 벗어나지 못하였지만, 이는 우리들이 공통으로 갖는 병통입니다. 배생원은 경솔하게 과거를 준비하다가 학문을 일삼기도 하며, 또한 자중을 가장 뛰어난 사람이라고 하여, 이로써 세속에서 비방을 불러 일으키고 있으니 가소롭기만 합니다. 
1) 이하 편지글은 모두 『退溪學硏究』(慶尙北道) 제12집에 실린 申龜鉉, 李完栽 두 교수의 번역을 전재한 것임 2) 강이(剛而), 퇴계의 제자인 이정(李禎:1512~1571)의 자. 호는 귀암(龜암) 3) 배(裵)생원 신(紳), 퇴계의 제자이며 호는 낙천(洛川)이고 자는 경여(景餘) 4) 「參同契」, 서명. 한(漢)의 위백양(魏伯陽)이 찬함 5) 조건중(曹楗仲), 조식(曹植: 1501~1572)이다. 호는 남명(南冥)이고 건중은 자 6) 문지(文之), 김취문(金就文: 1509~1570)의 자, 호는 구암(久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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