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문집
서원
누정

 

문집편 -東岡集 -

 

 與金鶴峯

見黃裨將 得聞令體萬安及一路倡義討形勢 深以慰賀 卽日冬嚴 伏惟神人夾贊 起居萬勝 鄙人自五月末 得奉赦書 卽日啓行 而道梗不得進 竄身豺虎窟中 坐待死日 至九月望 乃沿山路 晝伏夜行 十月初 始達平安界 今月初 始到行朝 死且瞑目矣 但西京之虜 尙據心腹 諸處亦皆克斥 此間措畫 不成模樣 不知中興之期 何時可望 燕坐深念 爲之痛泣 今者似聞天兵將至 庶幾或有濟 日夜祝天 聞晉州被圍三日 終能却敵 此必令公節制之力 尤賀尤賀 上天至仁 必不使大東生靈盡於匈鋒之下 以此知此賊之必滅也 惟願令公與倡義諸公德遠海老等戮力 至祝至祝 僕家兄及荊布 未知今在何處 死生不相知 此悶如何如何 聞伯兄子行可 避在星州之五老音谷云 故今付家問送之 幸卽傳于行可處何如 僕又令行可進拜左右 而以一門音信 轉乞左右付便以送 未知如何 所懷千萬 紙盡不能究
황비장(黃裨將)을 보고 나서 영공(令公)의 안부가 만안함과 일로(一路)에서 창의(倡義)하여 적을 토벌하는 형세를 알았으니 깊이 위로되고 하례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이즈음의 엄동에 엎드려 생각건대, 신인이 함께 도와 지내시는 형편이 두루 좋으십니까? 나는 5월말에 사면의 초서(詔書)를 받고 즉이로 길을 떠났으나 도로가 막혀 나아갈 수가 없어 승냥이와 호랑이 굴 가운데 몸을 숨친 채 앉아서 죽을 날만 기다리다가 9월 보르메 이르러 곧 산길을 따라 낮에는 숨고 밤에는 가서 10월 초에 비로소 평안도 경계에 이르고 이 달 초에 비로소 행재소에 도착했으니 이제는 죽어도 또한 눈을 감겠습니다. 다만 평양의 적들이 아직까지 오히려 깊숙이 점거하고 있고 다른 곳에도 또한 가득 들끓는데 이 사이의 조치는 모양을 이루지 못하니 중흥의 기약을 어느 때나 바라볼 수 있을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깊이 염려함에 통탄의 눈물을 흘릴 뿐입니다. 이제 들리는 말에 명나라의 구원병이 장차 이를 것이라하니, 거의 혹 이러한 이러한 형편을 건질 수 있기를 밤낮으로 하늘에 빕니다. 들으니 진주가 포위된 지 사흘 만에 마침내 적을 물리쳤다고 하는데, 이는 반드시 영공께서 절제(節制)하신 힘이었으니 더욱이 하례하고 더욱이 하례합니다. 하늘은 지극히 어질어 반드시 대동(大東)의 생령(生靈)으로 하여금 적의 흉한 창날 아래 다하도록 하지 않을 것이니 이로써 이 적들이 반드시 멸망하리라는 것을 알겠습니다. 오직 원컨대 영공께서는 창의한 덕원(德遠) 해로(海老) 등의 제공과 힘을 합하기를 지극히 바라고 지극히 바랍니다. 나의 가형과 형포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하여 생사를 서로 알 수 없으니 이 답답한 심정이 어떠하겠습니까? 들으니 맏형의 아들 행가(行可)가 성주의 오로음곡(五老音谷)에 피난하여 있다도 합니다. 그러므로 이제 집에서 보내는 편지를 부치니 바라건대 즉시 행가가 있는 곳에 전해줌이 어떠하겠습니까? 내가 또 행가로 하여금 영공께 나아가 절하게 하고, 일문(一門)의 소식을 영공께 부탁하여 인편에 부쳐 보내주도록 바라노니 어떨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가슴에 품은 바는 천만 가지나 되지만 종이가 다하여 능히 끝까지 말할 수 없습니다.



 

돌아가기

Copyright ⓒ 2004 국제퇴계학회 대구경북지부(한자박사 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