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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집편 -東岡集 -

 

 答柳西厓

昨承勻翰 披謝諄悉 不勝慰感 嶺南事 誠如台諭 不知國家何以爲計也 大槪台諭之意 雖出於憂憤感慨 而似有落落之態 付之無可柰何之地 而無奮發直前死而後已之氣 誠非所望於弘毅忠壯之君子也 古人之言曰 人臣事君 如子事父母 父母有疾 雖甚不可爲 豈有不下藥之理 今日諸賢合志同力 黜退奸濁 整頓一番 圖救大命於垂絶之際 不濟則以死繼之可也 台諭欲乞骸骨歸 負老親避亂計 此則明者不免於失言矣 民生於三 事之如一 惟其所在 則致死焉 自古豈有大臣享高爵重位 至於垂亡之日 引身避去之理乎 不意明公一朝而出此言 當是發於一時憂歎之言而非本心耳 愚昧以辱知之厚 不敢不吐露衷曲 伏惟俯賜採擇 益弘大猷 以濟艱難 上答國恩 下副輿望 不勝萬幸 適此告病 不得進敍 區區紙筆 未足以盡懷 伏枕走草 姑此不具
어제 상공의 편지를 받으니 열어 보인 말씀이 정성스럽고 극진하여 위로의 느낌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영남의 일은 참으로 상공의 편지에 전해 온 말씀과 같으니 국가에서 장차 어떻게 계획하는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대개 상공의 편지에 말씀하신 뜻은 비록 우분(憂憤)과 감개(感慨)에서 나왔습니다. 그러나 흡사 쓸쓸한 태도가 있어 어쩔 수 없는 처지에 미루어 부치고 더 이상 분발하여 곧바로 나아가 죽은 뒤에야 그치겠다는 기상이 없는 듯하니, 참으로 홍의(弘毅)하고 충장(忠壯)한 군자에게 바라는 바가 아닙니다. 고인의 말에 “신하가 임금을 섬김은 자식이 부모를 섬기는 것과 같으니 부모에게 질병이 있어서 비록 심하여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어찌 약을 쓰지 않을 이치가 있겠는가?”라고 하니, 오늘 제현들이 뜻을 합하고 힘을 함께 하여 간사하고 혼탁한 무리들을 물리치고 한 번 정돈하여 거의 끊어져 가려는 즈음에 대명(大命)을 구원하기를 도모하되 이루지 못한다면 죽음으로써 따름이 옳을 것입니다. 그런데 상공의 편지에 말씀하신 것은 해골을 빌어서 돌아가 연로한 어버이를 업고 난을 피하고자하는 계책을 하시니 이는 명철한 사람이 실언을 면치 못하는 것입니다. 백성은 부모와 임금과 스승 셋의 은혜로 살아 섬기기를 한결같이 하여 오직 그 있는 곳에서 죽음을 다하는 법이거늘, 예로부터 어찌 대신이 높은 작록과 무거운 지위를 누리고서 나라가 장차 망해가려는 날에 자신의 몸만 빼서 피해가는 이치가 있겠습니까? 명공께서 하루 아침에 이러한 말씀을 내리라고는 생가지도 못했습니다. 마땅히 잠시 한 때에 근심하고 탄식하는 말씀에서 나온 것이지 본심은 아닐 것입니다. 우매한 저로서는 명공께서 두터이 저를 알아줌이 있는 까닭으로 감히 마음속 깊이 간직한 생각을 토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엎드려 바라건데, 굽어 살피고 채택하시어 크나큰 계책을 더욱 펼쳐서 어려운 형편을 구제함으로써 위로는 나라의 은혜에 보답하고 아래로는 백성들의 희망에 부응하시면 천만 다행임을 감당하지 못하겠습니다. 마침 이제 병이 들어 직접 나아가 아뢰지 못하고 구구하게 종이와 붓으로 대신하니 족히 회포를 다할 수 없습니다. 베개에 엎드려 급히 적느라고 짐짓 여기에 그치고 제대로 갖추지 못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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